백편의 시 -미켈란젤로 초대 작품전- 오월의 햇볕, 그림자는 느린 걸음으로 전시장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작가가 생전에 남긴 말, “우리들의 가장 큰 위험은 너무 높게 잡고 금방 실패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너무 낮게 잡고 금방 이루는데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조급했다 미흡했다 물비늘에 햇살 부서지는 소.. 나의 이야기 2019.06.15
목탁 두 귀로 듣는 섣달 까악까악 마른 까마귀 울음 싸락눈은 아까부터 댓돌에 앉아있는 생채기 난 고무신을 자꾸 신어보고 바르르, 문풍지 겨울을 물고 있다 아궁이 잔솔가지 타 다 닥 타다닥 고구마 익어가는 무쇠 솥, 달그락달그락 화음을 이루고 기러기 하늘을 이고 나들이 가던 때 흙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 나의 이야기 2019.06.15
가을을 훔친 산빛 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 채반에 초승달처럼 누워있는 호박들, 홍옥 빛 고추 햇살 한 줌 덮고 돌아누울 때마다 뱃속에서 따스락 따스락 마당에 널어놓은 수수 위로 해 그림자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간다 옷을 벗고 있는 콩들 제 몸 푸르렀던 여름을 생각하고 장독대 무말랭이 잘 마.. 나의 이야기 2019.06.15
바람에게 신을 신겨 주고 싶다 연잎에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로 노랫말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담장 아래 피어있는 금낭화 분홍빛 주머니도 들여다보고 초여름 태양 아래 검붉은 장미 고혹한 꽃빛발을 두 손 가득 담아보고 싶다 봄을 여는 다압多鴨 매향이 어머니 품안처럼 너른 백사장을 건너와 하동河東강섶에 머물면 향.. 나의 이야기 2019.06.15
비밀정원 언젠가부터 울타리를 기웃거립니다 그곳에는 초록 잎들이 살고 있습니다 때론 성난 바람도 있고 게으른 마음을 깨워 주기도 합니다 아픈 다리도 쉴 수 있게 나무 등걸이 의자를 내어 주기도 합니다 어린 새들의 남남한 소리도, 서늘한 달빛이 거닐 때는 풀벌레 소리도 초롱초롱합니다 어.. 나의 이야기 2019.06.15
홍매화 두 볼이 부르텄다 얼음바람, 회색 빛 해무, 동장군도 밀치고 칼바람 뚫고 눈이 저리 지천으로 내리는데도, 빨강 사탕 같은 모습 눈이 시리다 살포시 안아 보고 싶다 이렇게 만나러 온 널,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어 두 눈을 떼지 못하고 농부가 쌀자루를 쌓듯 가슴에 차곡차곡 쟁기고 있다 눈.. 나의 이야기 2019.06.15
오이 향 같은 아침 장마가 떠나면서 햇빛이 명주 한 필 펼쳐 놓고 곤줄박이 자작나무에 앉아 빨간 고추잠자리 유희를 본다 갈맷빛 기슭 개어귀에 노랑꽃창포 피어나고 잠이 덜 깬 연꽃을 흔들고 온 상큼한 바람이 오이 향 같은 아침 나의 이야기 2019.06.15
겨울 산1 -동백 붉은 입술을 만났네 바람만 앉아 있는 자드락길 홀로 서서 빨간 입술 내밀고 있네 섣달, 계곡물 소리 카랑한데 시린 발로 서 있는 의연毅然한 초록 잎들 하얀 면사포 같은 눈 위에 송이 하나 가부좌를 틀고 있네 나의 이야기 2019.06.15
풋풋한, 초여름 비 개인 아침 호수 같은 푸르름 사진기에 담았는데 초록을 흔들고 온 싱그러운 바람은 어디에 담을까 픗픗한 숲 향기 배낭에 한 됫박, 내려오는 길 오달지다 나의 이야기 2019.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