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인風人 거금대교 아래 집어등 오종종 서 있고 유배의 섬 혼령 바위를 후려치는 서러운 아우성 문둥이 한숨 같은 파도 한사코 뭍으로 오르려한다 한하운 뜨거운 눈시울 같은 황토 빛 노을, 물결에 발을 적시우고 오늘도 설음의 통곡 파도소리로 울고 있다 새우 등처럼 굽은 호미 같은 손 그 많던 .. 나의 이야기 2019.06.15
모색(暮色) 엷은 겨울 햇살이 스칠 듯 스칠 듯 지나갑니다 까마귀, 저만치 걸어오는 어둠을 바라봅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새끼들을 기다리는 거겠지요 저녁상 국이 식어 가는데 날갯짓 파동을 듣고 어미는 아랫목에 묻어 둔 고슬한 밥그릇을 내어 놓습니다 차가운 두 손을 겨드랑에 꼭 끼워주고 .. 나의 이야기 2019.06.13
홀로 운다 풍경이 높은 공중에 홀로 운다 풍경이 부처님은 그냥 나만 바라보시고 바람결 무심히 지나는데 스님 먼 산만 보고 가고 길손도 따라 먼 산만 보고 스님 웃으며 가고 길손 두 손 합장하고 여름 그렇게 구름 따라 화엄사를 지나가네 구층암을 지나 연기암을 지나 나의 이야기 2019.06.13
상강霜降 달빛 스쳐간 이른 시간 문살에 기댄 햇살 수줍다 우도牛島 물빛 같은 하늘 기러기 한 무리 까빡연처럼 날아가고 초리에 매달린 붉은 대추 같은 아기단풍 먼 산 계곡 서릿바람 따라 맹감*이 뒤적인다 *청미래덩굴의 열매 나의 이야기 2019.06.13
우수雨水 참새 밭이랑을 콕콕 헤집더니 이른 햇살을 물고 도도록 도도록 물이 오른 회창회창한 매화 가지로 포르르 포르르 날갯짓 솜털이 부풀려지고 먼 산 계곡에서 퍽!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 나의 이야기 2019.06.13
풍인風人 거금대교 아래 집어등 오종종 서 있고 유배의 섬 혼령 바위를 후려치는 서러운 아우성 문둥이 한숨 같은 파도 한사코 뭍으로 오르려한다 한하운 뜨거운 눈시울 같은 황토 빛 노을, 물결에 발을 적시우고 오늘도 설음의 통곡 파도소리로 울고 있다 새우 등처럼 굽은 호미 같은 손 그 많던 .. 나의 이야기 2019.06.13
오래된 문 선암사 대웅전 옆 홍매화 정월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매향을 담아 고이 올리니 부처님 지그시 바라보시고 무량심無量心으로 보살은 백팔배, 엎드릴 때마다 등 너머로 풍경이 법당을 엿본다 쳐진 올벚꽃 봉오리 기지개를 켜고 대각암 가는 산길 아기 손 같은 머위 잎이 반겨준다 당.. 나의 이야기 2019.06.13
상처 도솔산* 총소리 멈춘 지 몇십 년 머리카락이 목화송이처럼 하얗게 바랜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잠시 잡아보고 산에 든 빨치산 만삭의 아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온 경찰 초연이 송홧가루 날리듯하던 날 그들은 사상思想을 죽음으로 대신하고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나의 이야기 2019.06.13
와온臥溫 삐비꽃이 남실바람에 흔들리는 오후 잿빛 안개는 바다를 품었다 와인 빛 노을, 등지고 서있는 매지구름을 먼 발치에서 본 널배는 잰 걸음으로 갯벌을 밀고 나지막한 산기슭 옥수수 불그스레한 수염은 눅진한 비 울음을 들었다 비릿한 그물을 손질하던 어부 후둑, 손등으로 빗소리를 듣고 나의 이야기 201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