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훔친 산빛 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 채반에 초승달처럼 누워있는 호박들, 홍옥 빛 고추 햇살 한 줌 덮고 돌아누울 때마다 뱃속에서 따스락 따스락 마당에 널어놓은 수수 위로 해 그림자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간다 옷을 벗고 있는 콩들 제 몸 푸르렀던 여름을 생각하고 장독대 무말랭이 잘 마.. 나의 이야기 2019.06.15
바람에게 신을 신겨 주고 싶다 연잎에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로 노랫말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담장 아래 피어있는 금낭화 분홍빛 주머니도 들여다보고 초여름 태양 아래 검붉은 장미 고혹한 꽃빛발을 두 손 가득 담아보고 싶다 봄을 여는 다압多鴨 매향이 어머니 품안처럼 너른 백사장을 건너와 하동河東강섶에 머물면 향.. 나의 이야기 2019.06.15
비밀정원 언젠가부터 울타리를 기웃거립니다 그곳에는 초록 잎들이 살고 있습니다 때론 성난 바람도 있고 게으른 마음을 깨워 주기도 합니다 아픈 다리도 쉴 수 있게 나무 등걸이 의자를 내어 주기도 합니다 어린 새들의 남남한 소리도, 서늘한 달빛이 거닐 때는 풀벌레 소리도 초롱초롱합니다 어.. 나의 이야기 2019.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