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
채반에 초승달처럼 누워있는 호박들,
홍옥 빛 고추 햇살 한 줌 덮고
돌아누울 때마다
뱃속에서 따스락 따스락
마당에 널어놓은 수수 위로
해 그림자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간다
옷을 벗고 있는 콩들
제 몸 푸르렀던 여름을 생각하고
장독대 무말랭이 잘 마른
바람 한 점 앉아있다 간다
두발로 서 있는 다람쥐 가을볕 한입 물고,
산을 내려가는 단풍잎 발자국 소리 듣는
느린 오후
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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