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빛 깻잎들 햇발을 한 광주리씩 이고 있다
토방에 양재기 떨어지는 소리
놀란 아이는 잠에서 깨어
울다, 울다,
엄마를 부르며 샛길로 나섰다
배가 고픈 아이는 울며 가다
넘어지고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사금파리 같은 뙤약볕은
아이의 목에 까만 띠 줄을 만들어 놓았다
감자 두 개를 남겨 종종 걸음으로 오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소가 고삐가 풀렸는지 껑충껑충 뛰어가다
짐승도 뭘 아는지
아이를 밟지 않고 훌쩍 뛰어넘어 갔다.“고,
소쿠리를 팽개치고 달려가 아이를 안자
눈물이 여흘여흘 흘렀다
몇 십 년째 햇발에 열어둔 간장 같은 멍이
가슴에 화석처럼 새겨지고
소만 보면 가슴이 도리깨질 하듯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