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산* 총소리 멈춘 지 몇십 년
머리카락이 목화송이처럼 하얗게 바랜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잠시 잡아보고 산에 든 빨치산
만삭의 아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온 경찰
초연이 송홧가루 날리듯하던 날
그들은 사상思想을 죽음으로 대신하고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원혼들 피맺힌 한 울음을 참다 참다
봄이면 잎을 틔우고
따가운 늦여름 햇발 아래
꽃무릇으로 피었지만
만날 수 없는 아픔, 상처에서 흐르는 핏빛처럼
붉디붉게 핀 꽃들
세월은 수술실 바늘이 되어 도솔산 골짜기의
깊은 상처를 꿰매고 있다
*도솔산의 참극 : 6・25 전쟁 직후 고창지역을 점령한 인민군과 합동으로 토착 빨치산이 많은 양민들을 도솔산 골짜기에서 살해하고 군 경찰들과 치열한 교전을 하였다. 지금은 선운사를 비롯 골짜기에 9월이면 꽃무릇이 많이 피어난다. 당시 선운사를 지켰던 고창 경찰서 김재환 소장의 공적비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