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로등이라도 켜지면 가라

청라 (靑螺) 2019. 6. 15. 21:00

간들바람에 벚꽃 잎

하르르 날리는

곗날,

수런수런 친구들

저녁상을 차리러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선화같이 잔잔한 웃음 짓던 그녀

, 좀 더 있다 가자

나는 휑한 바람만 가득한 집에

지금은 가고 싶지 않다

순간, 친구들

겨울날 빨랫줄에 널어놓은 바지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 가로등이라도 켜지면 가주라

먼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낮달이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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