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이 나붓나붓하던
도량에 마른 풀 내음
솔솔 거린다
어디서 맡아본 듯
익숙한 듯도 하고
스님 계신 곳으로 가니
차향이 물큰물큰하다
큼직한 무쇠솥에는
찻잎들이
키질하듯 뒤집기를 하며
저어지고 있다
퇴비 농약을 절대 하지 않는
선암사* 차는 오직
일 년 딱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만
채취한다
마음이 청결해질 찻물은
마치 무주상보시*하는
연꽃 같고
향은 잎이 아홉 번 뜨거운
솥에서 담금질을
견뎌낸 고통의 대가다
승범스님이 건네주신
아직 식지 않은 봉지는
겨울날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부처님의 자애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하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기대 없는 배품이다
*선암사(仙巖寺):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동쪽에 있는 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