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청라 (靑螺) 2019. 6. 15. 20:45

매향이 나붓나붓하던

도량에 마른 풀 내음

솔솔 거린다

어디서 맡아본 듯

익숙한 듯도 하고

스님 계신 곳으로 가니

차향이 물큰물큰하다

큼직한 무쇠솥에는

찻잎들이

키질하듯 뒤집기를 하며

저어지고 있다

 

퇴비 농약을 절대 하지 않는

선암사* 차는 오직

일 년 딱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만

채취한다

마음이 청결해질 찻물은

마치 무주상보시*하는

연꽃 같고

향은 잎이 아홉 번 뜨거운

솥에서 담금질을

견뎌낸 고통의 대가다

 

승범스님이 건네주신

아직 식지 않은 봉지는

겨울날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부처님의 자애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하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기대 없는 배품이다

*선암사(仙巖寺):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동쪽에 있는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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