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을 훔친 산빛

청라 (靑螺) 2019. 6. 15. 21:06

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

채반에 초승달처럼 누워있는 호박들,

홍옥 빛 고추 햇살 한 줌 덮고

돌아누울 때마다

뱃속에서 따스락 따스락

 

마당에 널어놓은 수수 위로

해 그림자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간다

 

옷을 벗고 있는 콩들

제 몸 푸르렀던 여름을 생각하고

장독대 무말랭이 잘 마른

바람 한 점 앉아있다 간다

 

두발로 서 있는 다람쥐 가을볕 한입 물고,

산을 내려가는 단풍잎 발자국 소리 듣는

느린 오후

가을을 훔친 산빛 두 볼이 빨갛다